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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8.27 천재의 두 얼굴, 사이코패스


  • 간일 : 2013년 5월
  • 규격 : 320페이지 / 486g / 153x244mm


휴가 기간동안 뚝딱 읽기 딱 좋은 책입니다. 고작 320페이지에 글자 크기도 작지 않고, 여백도 시원시원합니다. 거기다가 들고 다니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486g이니, 수영장 카바나에서나 해변의 파라솔 아래서 슬며시 지적 허영심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한 책이랄까요. (실제로 제가 그랬습니다.)



내용인 즉슨, 사이코패스(psychopath)라는 존재들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대로 '잔혹한 범죄를 일으키고 인간성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무시무시한 존재'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상당수의 사이코패스들의 경우, 성격을 구성하는 요소들 중 일부가 극단적으로 발현된 것이며, 그들의 성격적 특성이나 그들이 보이는 행동들이 오히려 현대 사회를 이끌어가는 힘이자 도피처가 될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사회와 공동체에 극단적인 피해를 주는 몇 가지 요인들을 제거할 수 있다면 말이죠. 



한국어판 제목은 [천재의 두 얼굴, 사이코패스]라고 되어 있기는 하지만, 원서의 제목은 [the Wisdom of Psychopaths]로 직역하면 "사이코패스들의 지혜" 정도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한국어판 제목은 책의 내용을 제대로 요약할 의지가 없는, 말 그대로 "독자를 끌기 위한 낚시" 제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천재가 두 얼굴을 가진 사이코패스다라는 개념보다는, 사이코패스들 중 일부는 몇몇 영역에서 천재성을 보인다, 혹은 몇몇 영역에서 매우 유능하다, 혹은 사이코패스의 성격적 특성들이 천재(혹은 유능한 리더)의 특징들인 것 처럼 보일 수 있다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훨씬 이 책의 논조에 부합됩니다. 즉, 이 책은 천재와 천재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하지도, 정의내리지도 않습니다. 모든 초점은 사이코패스와 그들의 유능성에 맞춰져 있죠. 이런 면에서 볼 때, 원서의 제목이 훨씬 더 적절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한국어판 제목이 어쨌든 간에, 이 책이 사고를 넓혀주는 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적어도 저의 경우에는 그랬습니다.) 


가장 먼저, "사이코패스"라고 하는 존재의 지평을 넓혀줍니다. 사이코패스는 "잔혹한 도끼 살인마"도 아니고 "감정이 100% 없는 살인 기계"인 것도 아니라는 것이죠. 좀 위험한 발언일 수 있습니다만, '호모 사피엔스보다 진화된 새로운 종족'이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차가운 공감'이라는 개념도 눈길을 끕니다. 공감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따뜻한, 마음을 주고받는" 이라는 뜻을 내포하지만, 이 책에서는 "완벽하게 상대방의 감정 상태를 이해하고 그것의 근원을 파악해내는"것도 공감이며, 이것이 사이코패스들의 근원적인 힘이라고 말합니다.


또, '기능성 사이코패스'라는 개념을 제시하여, 어떤 사람이 특정 상황에서 보이는 '유능함'이 사이코패스적 특징에 의한 것일 수 있음을 설명합니다.

 

단순화하긴 하였지만, 성공하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특징을 정의하고 그것들이 사이코패스적 특질들과 연관이 있는지도 알려줍니다. 일반적으로 사이코패스적 특질이라 알려진 무자비함/매력/집중력/강인한 정신/겂 없음/현실 직시/실행력이 사실은 일반인들이 우리의 리더에게 요구하는 특성임을 상기시켜주면서 말이죠.



약간 무리수인 부분들도 보이긴 합니다. 특히 마지막에 나오는 티벳 승려에 대한 내용이라던가, 명상이나 동양 철학의 공(空) 개념을 사이코패스적 특징에 연결한다던가 하는 내용들이 그러합니다. 사이코패스적 특징들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얘기를 하면서 너무 멀리 가버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책 전체에 흐르는 일관적인 논조를 해칠 정도는 아니라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냥 읽으면서 '아 좀 무리수...' 정도라고 생각된다고 할까요.



어쨌든, 이 책을 읽은 독자가 "사이코패스들의 지혜"를 받아들이건 받아들이지 않건, 한 때의 지적 호기심과 허영심을 채우기에 충분한 책이라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 나오는 사이코패스가 한 말을 인용하며 장황했던 서평(?)을 마칠까 합니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사물을 보는 시각이 남달랐습니다. 하지만 이런 남다른 시각은 오히려 살면서 내게 도움이 됐죠. 이게 옳은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말하자면 사이코패스 성향은 현대사회의 치료제와도 같습니다. 이 치료제를 적당히 복용하면 매우 유익하죠. 왜냐하면 부서지기 쉬운 현대인들의 심리 상태를 보호해주고, 삶에서 느끼는 불안감을 덜어 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과다 복용을 할 경우에는 다른 약과 마찬가지로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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